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해외 원조' 시스템, 즉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해외 원조는 돈 낭비 아닌가요? 왜 한 나라의 납세자들이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돈을 내야 할까요? 해외 원조는 식민주의의 잔재인 '백인 구세주' 사고방식의 반복 아닌가요?

해외 원조의 붕괴는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원조를 삭감하는 국가들에게도 비극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 숫자들

숫자들부터 시작해 봅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국의 모든 해외 원조를 즉각 동결했습니다. 현재 보고에 따르면 동결 이후 원조 예산의 10% 미만만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네덜란드가 뒤를 이어 30% 삭감을 발표했고, 영국은 40% 추가 삭감을 발표하여 2020년 수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세 가지 조치만으로도 전 세계 원조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질 것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독일과 일본은 현재 남아 있는 최대 기부국이지만, 이들 국가에서도 삭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삭감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부유한 국가들은 많은 부채와 자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점점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지도자들을 선출하고 있으며, 해외 원조를 최선의 경우 자선 행위로, 최악의 경우 낭비와 부패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해외 원조는 완벽하지 않지만, 수혜국과 기부국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이제 게으른 신화를 깨야 할 때입니다.

1700만 가지 이유

일부 해외 원조가 낭비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는 주로 사람들을 진정으로 돕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사용될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르완다에 원치 않는 난민을 수용하도록 뇌물을 주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놀라운 영향을 미치는 해외 원조의 사용 사례도 많습니다.

Gavi는 여러 국가들이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공동 기부 펀드로, 백신을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들에게 백신을 제공합니다. 엄격한 학술 연구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1700만 명 이상의 어린이 생명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보다 많으며, 생명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단 1000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왜 영국이나 일본의 납세자들이 이를 위해 돈을 내야 할까요?

첫째, 부유한 국가의 삶이 아무리 힘들게 느껴질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극도로 불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이 100달러 미만인 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에서 의사 진료 한 번 받는 비용에도 못 미치며, 복잡한 질병 치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해외 원조는 대부분의 기부국 예산의 1% 미만이지만, 몇몇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전체 의료비 지출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기부국에 대한 투자 수익

이 모든 생명을 구하는 것은 기부국에도 현명한 투자입니다. 이는 부유한 국가들이 직면한 세 가지 주요 과제, 즉 갈등, 불규칙한 이민,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갈등을 살펴봅시다. CIA는 내전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대규모 국가 간 역사적 분석을 자금 지원했습니다. 이는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국가 붕괴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요인은 다섯 살 생일 전에 질병으로 사망하는 어린이 수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바로 Gavi가 예방하려고 노력하는 사망 사례들입니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해외 원조가 휴전 후 갈등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민 문제는 어떨까요? 키엘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대규모 샘플을 분석하여 사람들이 이민을 희망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요인이 갈등과 의료 서비스와 같은 기본 편의시설 부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추세를 보셨나요?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생명을 구하고 갈등을 예방하며 사람들의 이민 욕구를 줄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이점은 경제 성장입니다. 독일과 일본 같은 기부국들은 자동차, 기술 등 다양한 상품의 대규모 수출국이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제품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빈곤의 덫에 갇혀 있습니다. 수백 건의 학술 연구에 따르면 빈곤의 덫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무엇일까요? 바로 Gavi와 같은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근절하려고 노력하는 전염병입니다.

구세주가 아닌, 연대

해외 원조가 새로운 '백인 구세주' 식민주의라는 비판은 타당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한때 극도로 가난하고 식민지화된 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주요 기부국이 되었는데, 이는 한국인들이 개발 과정에서 미국과 다른 국가들로부터 받은 원조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원조는 우월감이 아닌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와 같은 중동 국가들도 주요 기부국이 되었으며, 이는 이웃 국가들과의 연대뿐만 아니라 영향력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비유럽 기부국들은 항상 해외 원조를 동등한 관계로 접근해 왔으며, 부유한 국가가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유럽 국가들도 점차 이러한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 더 이상 다른 방식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EU-아프리카 파트너십을 반복적으로 '동등한 파트너십'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해외 원조는 여전히 결점이 있습니다. 여전히 식민지 유산에 오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닙니다. 모든 전쟁을 멈추거나 모든 불규칙한 이민을 끝내거나 스와질란드가 스위스와 같은 경제를 갖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유한 국가들의 세 가지 주요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더 나쁜 방법도 많습니다.